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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속도 늦추기

어제 친구들 둘이 우리 집에 와서 놀았는데, 노느라 HSK 강의 출석을 빼먹었다. 12시까지 출석을 해야 하는데 12시 26분에 알아버려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환급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나는 200% 환급반이었는데 시험 성적을 210점 넘기는 것 하나, 100% 출석을 달성하는 것 하나를 모두 달성해야 200% 환급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시험 성적을 210점 넘는다고 해서 100% 환급을 받을 수 있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또 하나의 안좋은 상황을 추가하자면, 나는 스터디카페를 등록해 놨었는데 그게 한 50시간 정도 남았다. 물론 쓸 수 있는 날은 10일 정도가 남아서, 하루에 5시간 정도를 스터디카페에 박혀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11월 20일에 hsk 시험을 봤어야 하는 이유는 딱히 없고, 환급반 60일 내에 시험을 친 성적을 제출했어야 하기 때문인데, 난 이제 환급을 받지 못하니까, 굳이 11월 20일에 시험을 볼 이유가 없어졌다. 안 그래도 11월 20일까지 내가 5급에 합격할 실력으로 시험을 칠 수 있을까도 의심스러웠는데 조금 미루니까 한결 안심이 된다. 

 

물론 시간이 더욱 있다고 해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hsk 뿐만 아니라 나는 삶에서 조금 더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되었고, 설령 hsk 점수를 더욱 올릴 수 없다고 해도 조금은 더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것 같다. 그동안 못했던 경제 공부도 병행할 수 있고, 이제 스터디카페에 5시간 동안 있어야 한다는 강박도 사라졌기 때문에. 

 

언젠가 자기계발서에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돌아보면 얻을 수 있는 행복이 있더랬다. 이게 그런 행복의 종류와 완벽히 일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폭주기관차처럼 달리고, 주위를 돌아보지도 않고, 의무감 때문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삶보다는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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