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 소셜 딜레마 그리고 나의 생각
The Social Dilemma
Tech experts sound the alarm on the dangerous human impact of social networ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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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는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거대 IT기반 플랫폼들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짚고 넘어간다.
"우리의 생활을 IT 기업의 엔지니어 몇 명이 조종할 권리가 있는가?"
인터뷰에 응한 참가자들이 과거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에서 근무했고, 우리가 누르는 페이스북 '좋아요' 표시를 만든 제작자 등인 것을 보면, 내부에서 나온 이야기라 참 놀랐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SNS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공론화해주어서 고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1) 일상 속에 이미 침투한 알고리즘
알고리즘은 우리의 선호를 파악한다. 우리의 선호를 파악해서, 우리가 좋아할 것들만 보여준 후, 그리고 우리를 그 가상의 공간에 더욱 머물도록 한다. 중독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우리를 왜 더욱 그 공간에 머무르도록 해야 하는가?
바로 '광고 수익' 때문이다. 우리가 그 광고를 볼수록 빅테크 기업은 더욱 큰돈을 벌게 되니까.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던 말 중에 하나는, 빅테크 IT 기업들의 고객은 우리가 아니라 광고주들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고객이라 생각하지만, 우리는 단지 광고주들에게 시간을 지불하는 존재이고, 플랫폼 기업은 우리의 시간을 광고주들에게 넘겨주고 있는 것이다. 분명 소셜 딜레마에 나온 상황처럼 인간 몇명이 우리를 SNS 상에 더욱 머무르도록 조종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한 목표를 가진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우리를 그런 상태로 만들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나는 평소에 SNS를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심심하면 그냥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포스트를 반복적으로 보며 허송세월을 보내고는 했다. 심각성을 깨닫고 인스타그램 앱을 지웠지만 다시 깔기도 했고,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에는 완전히 지웠다. 수도 없이 울리는 유튜브와 SNS 알림이 우리를 어떻게 그 공간 속으로 빨아들이는지, 그를 자각한 이후에는 알림도 모두 껐다.
또 하나 조금 소름돋는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요즘 구글 검색을 하면 나의 관심사와 연관된 광고들이 매우 자주 나타난다는 것이다. 혹은 연관 검색어에 그렇게 뜬다. 나의 검색 단어, 패턴, 사이트에 머무른 시간 등을 파악하여 가장 적합한 연관 검색어를 띄워 주는데, 아-주 편리하고, 나의 검색 시간도 줄여주지만, 조금은 무섭다. 언젠가는 나의 선호를 구글이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이 이미 나의 선호를 파악해 놓고 나의 선호마저 구글 알고리즘에 의해 조종당할 것 같아서 말이다.
(2) 가짜뉴스와 SNS
그렇다면, 우리의 시간을 그 속에 집어넣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반론할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지 않냐고 말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만' 보여준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재미있는 것을 볼 때는 나의 취향을 저격하겠지만, 뉴스를 볼 때는 어떠한가? 혹시 내가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유튜버의 방송을 본 것 가지고 나에게 그와 비슷한 정보를 계속 준다면? 나는 가짜 뉴스에서 말하는 망상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인간이 될 것이다.
심지어 가짜뉴스는 진실된 뉴스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무려 여섯 배나 빨리 퍼진다고 한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가짜 뉴스를 우리는 아주 많이 접했을 것이고, 알고리즘에 의해서 더욱 많이 접할 수도 있다.
조금 민감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얼마전 트럼프 지지자들과 바이든 지지자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 미국 내에 긴장이 고조된 적이 있었다. 그 누구도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정치 성향 때문에 같은 국민을 그렇게까지 혐오할 수 있다는 것은, 서로가 한쪽의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그러한 정치적 양극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군가는 반정부적 기사를 위주로 내는 유튜버들만 보는가 하면, 누군가는 친정부적 소식만 퍼 나르는 유튜버들만 보기 때문이다.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해석한, 반쪽짜리 팩트, 혹은 거짓을 퍼뜨려 시민들을 '자기편'에 서라고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진영 논리를 떠나서 이는 우리 모두에게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한국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싫어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요즘만큼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한국 사회는 진영 논리, 성별 논리, 계급 논리에 따라 양분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튜브나 비공식 언론을 통한 대중 선동은 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또한, 그러한 가짜 뉴스는 팩트체크를 하기가 아주 어렵다. 예를 들어, '미국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라는 식으로 누군가가 말했다고 해보자. 물론 기성 언론이라면 그 사실이 잘못되었을 경우, 전문가 혹은 기관에 의해 지적당하거나 팩트체킹 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문제는,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아주 많은 비공식 언론인들이 있고, 전문가나 기관이 이를 하나하나 팩트체킹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것을 확인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조회수가 5만이 되어도 직접 미국 통계청에 들어가 그 사실을 확인해 볼 사람은 많아야 한두 명일 것이다. 특히 미국 통계청에서 발표했다니 권위 있는 기관이고, 영어로 돼있어 접근하기는 어려우니 그냥 유튜버를 믿는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이다.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닌 이상 작은 거짓말들은 그냥 믿고 넘어가기 쉽다. 결론은, 가짜 뉴스가 퍼지는 속도뿐만 아니라,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것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에 대해 사실 검증을 해야 하고, 누군가는 그로써 견제해야 하는데 그 기능을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거짓말 한 사람은 딱 한 마디면 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3) 결국은 양날의 검이다
위의 모든 이야기를 보고도 혹자는 나에게 이렇게 반론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것이 주는 편리함은?
맞다. 아주 편리하다. 알고리즘이 나에게 딱맞는 정보를, 광고를 추천해줘서 우리가 검색해야 하는 시간은 아주 많이 줄어들 것이다. 물론 우리가 중독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또 SNS는 분명 순기능을 갖고 있기도 하다. 누군가와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고, 오래된 친구에게 연락하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게 해주기도 하니까.
결국은 기술보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우리는 SNS의 노예가 될 수도, 그의 순기능만 잘 활용하는 주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소 뻔하고 방어적인 결론이지만, 이렇게 결론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덧붙이자면, SNS 중독은 의지의 문제를 벗어난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기도 하다. 요즘 Behavioral Economics를 공부 중인데, 사람들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에는 무엇이 있는지 배우기도 했다.
첫 번째는 안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SNS 앱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혹은 꼭 필요한 유튜브, 카카오톡 같은 앱이라면 알림을 꺼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래도 생각이 덜 날 수 밖에 없다. 물론 기본 인터넷 앱으로 링크를 타고 접속할 수도 있는데,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이는 두 번째 방법과 이어진다.
두 번째는 장애물을 만드는 것이다. 안 좋은 행동을 하려할 때마다, 그를 아주 어렵게 만들거나, 혹은 내가 지금 무엇을 충동적으로 하려고 하는지 알려주는 기회가 있다면 그 행동에 대해 재고해 볼 수 있게 된다. 나 역시도 인터넷으로 접속하여 인스타그램에 들어가고는 하는데, 앱을 사용할 때보다 훨씬 그 빈도와 머무르는 시간이 줄었다. 한 가지를 하기에도 불편하니 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나오는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디지털 디톡스에 대해서도 한 번 적어볼까 한다. 나는 어떻게 스마트폰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말이다!